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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최고관리자 2016-04-25 09:47:03 조회 1863

 

 
이팝나무

글ㆍ사진/정헌관(임업연구원 산림유전자원부) 

(학명:Chionanthus retusa)
 이팝나무는 5월 중순쯤 백색 꽃이 2O여 일간 나무 전체에 피었다가 가을이면 콩 모양의 보랏빛이 도는 타원형 열매가 겨울까지 달려 있어서 정원수나 공원수, 가로수로 적합한 나무이며, 어린잎은 말려서 차틀 끓여 먹기도 하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나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뒷동산에 만발했던 진달래와 철쭉꽃이 지고 나면 산야는 하루가 다르게 신록이 우거져 가고, 이때쯤이면 어지간한 농가에서는 식량이 떨어져서 걱정이 태산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기에 피는 꽃 중에 이팝나무가 있다.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대만, 중국에 분포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는 희귀한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팝나무는 주로 남부 해안지방이나 산록의 토심이 깊은 사질양토를 좋아하고 각종 공해에 잘 견디며, 내한성이 강하나 건조한 땅을 싫어하는 나무다.
5월 중순쯤 한참 농촌에서 보릿고개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무렵 새로 나온 가지 끝에 하얀 꽃이 수수모양으로 나무 전체를 뒤덮어서 마치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이팝나무라 이름을 지었단다. 서양사람들은 이 나무가 꽃필 때면 마치 흰 눈이 내린 것 같아서 눈꽃나무(snow flowering)라고 낭만적인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팝나무와 쌀밥에 얽힌 경상도 어느 지방의 애달픈 이런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던 착한 며느리가 5월 어느 날 조상의 제사를 모시기 위해 귀한 쌀밥을 하다가 뜸이 들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밥알 몇 개를 떠먹는 것을 때마침 부엌에 들어온 시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조상 제사 올리기 전에 며느리가 먼저 퍼먹었다고 더욱 구박을 하였다.
구박을 견디다 못한 며느리가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어 죽고 말았는데, 이 며느리가 묻힌 무덤 가에 흰 꽃이 수북하게 피는 나무가 있었으니 사람들은 쌀밥에 한이 맺혀 죽은 며느리가 환생한 것이라고 해서 이 나무를 이팝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입하 때 꽃이 펴서 이팝나무라고 했다는데 하여튼 꽃피는 것이 이 나무의 이미지를 대변해주는 매우 흥미로운 나무다. 향기로운 백색 꽃이 20여 일간 파란 잎이 안보일 정도로 나무 전체에 피었다가 가을이면 콩 모양의 보랏빛이 도는 타원형열매가 겨울까지 달려 있어서 정원수나 공원수, 가로수로 아주 적합한 나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이팝나무 꽃이 잘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모든 식물들이 적절한 수분공급이 이루어졌을 때 꽃이 잘 피게 되는데, 그 시기가 벼 못자리철로서 물이 많이 필요하므로 수리시설이 변변치 못한 그때의 일기는 농사의 풍흉과 깊이 관련될 수 있는 것이다.
전국에는 이팝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8주를 포함하여 200∼500년된 20여 주의 노거수가 현존하고 있다. 그 중에서 승주군 쌍암면에 있는 500년쯤된 나무(천연기념물 제36호)가 가장 오래된 나무이고, 김해 신천리의 나무는 지금도 정월대보름날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한해의 안녕을 빌고 있다. 또한 어청도와 포항에는 상당히 넓은 자생군락지가 있다.
이팝나무 어린잎은 말려서 차를 끓여 먹기도 하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나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번식은 좀 까다로워서 삽목이 잘 안되고, 종자는 이중 휴면을 하기 때문에 두 해 동안 노천매장을 해야만 발아가 겨우 된다. 어릴 때 더디 자라는 흠이 있지만 옛날부터 이 땅에 우리 조상들과 함께 살아오며 애환을 같이한 이팝나무야말로 화려하게 개발된 어느 조경수종보다도 더 귀한 우리 정서에 맞는 꽃나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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